- 김어준, '건투를 빈다'
- 독서 후 감상
- 2009/09/23 01:54
- 건투를 빈다, 건투를빈다, 김어준
MIT를 거쳐 와튼스쿨에 진학한 서동주의 유학일기 라고 적혀있었는데 연예인의 자식으로서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읽고나서 저에게 그녀는 더 이상 '서세원 딸'이 아닌 '서동주'였습니다. 그녀 뿐만 아니라 유학을 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없을 뿐 더러 유학 성공 스토리를 구구절절 얘기해주는 사람 찾기도 힘듭니다. 서동주 그녀는 고맙게도 자신의 유학스토리를 최대한 거부감 없게 자연스럽게 작성하여 대중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독자 입장에선 참으로 고마운 간접 체험이었습니다.
그녀의 의지가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책에서 나타난 이 세상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무서워졌습니다. 저는 너무 나태했습니다. 그들의 노력하는 것의 1%도 노력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왜 나는 잠을 줄여가면서, 먹는 시간을 없애가면서 노력을 하지 않는건지.
한창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우연히 반이정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에 관련된 내용을 보았습니다.
아래는 반이정님의 '결혼제국' 포스트에서 발췌한 책 내용입니다.
우에노: 저는 '결혼 계약'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특정의 유일한 이성에게 자기 신체의 성적 사용권을 평생에 걸쳐 배타적으로 양도하는 계약." 그런데 왜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런 계약을 할 마음이 생길까요?
노부타: 강렬한 환상이 없으면 불가능하겠죠. pp.106-107
우에노: 젊은 애들한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남녀가 있는데, 따로 살면서 가끔 만나서 밥을 먹고 섹스도 한다. 이런 관계를 뭐라 불러야 하나요" 라고. 저는 "그건 '사이 좋은 친구'라고 말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어요. 두 사람이 만나고 있지 않을 때까지 상대방 신체의 성적 사용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에 '커플이나 연인이나 부부'라는 관념이 발생해요. p.111
우에노: 섹스에 대한 과잉된 의미 부여는, 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荒木經惟에게 누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옷을 벗는 여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어요. 그 여자들이 옷을 벗는 것은, 그게 아무 일도 아니기 때문에 간단히 벗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성에 대한 과잉된 의미 부여' 때문인 거죠. "인생을 바꾸고 싶었어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기껏 옷 한 번 벗는 것으로 왜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저는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을 볼 때마다 "역시, 섹스에 과잉된 의미 부여가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 것인가?"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과 정반대의 불쾌감을 느꼈어요. p.114
우에노: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여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해도, 여자들은 섹슈얼리티를 자기 언어로 이야기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어요. 여자 자신의 성기도 남자의 손때로 더럽혀진 말투로 표현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성행위도 그렇게 표현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돼요. p.121
우에노: 근대의 성 패러다임 아래서, 소유와 지배의 관계를 상징하는 행위가 바로 성행위입니다. '구타당하는 것'과 '성기로 삽입하는 것'은 지배의 기호성이 다르죠.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성기를 삽입하면서 "너는 내 것이다"라고 말해온 거죠.
노부타: 믿어지지가 않아요. 왜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 정말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우에노: 그렇지만 여자 쪽에서도 "삽입당했다"는 것을 이유로 "제 인생을 책임져요"라고 말해왔잖아요. pp.136-137
이 내용만 봤을 땐 '아- 좀 더 깨어있는 여성들이 말하는 결혼과 섹스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덮고나서 실망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책은 우에노치즈코, 노부타 사요코의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성들의 억압되어 있는 현실을 흔하게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사회적 현상으로 지적하는데에 그쳤습니다. 저는 '그래도 좀 깨어 있는' 여성들의 명쾌한 정의를 원했는데 말이죠. 또한 일본식 페미니즘은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일본여성들이 한국여성보다 더 순종적이고 수동적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결혼과 섹스에 관한 색다른 견해를 보고 싶었지만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류의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Recent comment